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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하면서 하드를 열심히 뒤지던 와중에 꽤 길게 풀었던 오프더 레코드 썰이 보이길래 공개해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의식의 흐름과 반말로 편하게 풀었으니 말투 주의해주세요.



0.

AU, Alternative Universe. 흔히 말하는 패러렐 얘깁니다. 싫으신 분은 뒤로뒤로^ㅅ^)9


 

1.

솔직히 AU라고 하면 현대 경찰물이 제일 잘 어울리는데 그건 은혼 오리지널이랑 별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오프더 레코드가 보고 싶다. 은혼 애니메이션이 만약 영화촬영이었다면? 하는 가정으로 카메라가 꺼지면 역할을 끝내고 본인으로 돌아오는 그런 거.

사실 오프 더 레코드의 묘미는 이른바 2p처럼 맡은 역할과 본래성품의 괴리감에서 오는 건데.. 이게 그림일 경우 얼굴이나마 같으니 캐릭터 성을 훼손해도 2차 창작이라고 우겨볼 수 있지만 글로 풀 경우는 어떻게 우겨 봐도 얜 그냥 너님의 자캐...( ._.)가 되어버릴 뿐이라서 굳이 쓸 마음은 없고 그냥 썰로만 풀고 싶음´▽`zzzzz



배경은 현대. 굳이 장르를 따져보면 연예계물. 여기서 은혼은 시즌제 드라마 정도의 느낌임. 일단 기본적인 등장인물들 설정을 풀어보면 첫 째로 긴토키는 은혼이 데뷔작으로 첫 작품에 대박 터뜨린 신인배우임. 배역은 백수한량이지만 실제로는 댄디한 느낌으로 잘생겼다는 평이 많음. 본투비 동태 눈깔로 단번에 주인공 역에 캐스팅. 본인 역할에서 더러운 점과 귀차니즘을 빼면 본래 성품이 나올 정도로 태생적 멋짐이 흐르는 남자라 소녀팬이 많으면 좋겠다. 하지만 본래 신인이 갑작스럽게 뜨면 안티도 느는 법이라 시청자 게시판에는 언제나 악플이 쇄도하고 신경 안쓰는 척 하지만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악플을 하나씩 읽으며 상처받는 섬세한 아저씨인 것ㅋㅋㅋ 성실하고 무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은근한 시기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함.



가구라는 아이스크림 CF로 데뷔한 틴에이저 스타이자 또래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피의 쉴드를 부르는 아이돌이었음 좋겠다. 그런 만큼 어린 팬층에는 여자가 없지만, 나이대가 위로 올라가면 언니팬 오빠팬에게 두루두루 예쁨 받는 편. 살찌는 게 제일 무섭고 다이어트가 제일 싫은 이시대의 평범한 십대 여자애인데 작중 역할이 대식가로 나와서 남모를 고충이 많음. 상큼 발랄한 마스크로도 망가지는 걸 꺼리지 않아서 촬영장에서도 인기가 많다던가 하면 내가 좋다´▽` 어린만큼 말실수가 많아서 인터뷰 하는 걸 매니저에게 금지당함ㅋㅋㅋ



신파치는 현재 20대의 가장 핫한 배우 중에 한명임. 흥행작도 많이 찍었고 작품도 잘 골라서 한창 상승세를 타고있는 믿고 보는 배우 느낌? 빡세게 꾸미면 존재감이 폭발하는 핫한 미남을 데려다 안경 씌우고 존재감 증발시키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어느 정도 갭을 노렸고 꽤 잘 먹혀들어간 편. 알고 보면 성격은 약간 다혈질. 가정교육을 빡세게 받아서 매너는 좋지만 성격은 그다지 온순하지 않음. 실례되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뱉어버리는 가구라랑 왁왁 거리면서 잘 싸우는데도 차 탈 때는 항상 문 열어주고 음료수 캔은 따서 건네주는 언행불일치남. 머슴근성 이라면서 본인은 몹시 싫어하지만 조기교육의 효과로 저도 모르게 매너를 흩뿌리고 다님.



신센구미 쪽으로 와보자면 히지카타는 사실 과묵하고 엄청 냉랭한 성격인 게 좋다ㅇㅅㅇ)9 대사를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 마디 할까 말까 하는 촬영장의 아웃사이더라던가... 언뜻 보면 반사회적인 인간인데 하도 방정맞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니 그 과묵함이 오히려 팬들에게 먹히는 운 좋은 남자인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복은 못 입었으면 좋겠다ㅋㅋㅋㅋㅋ 자타공인 패션 테러리스트. 스타일은 좋아서 스타일리스트가 입혀놓으면 괜찮은데 자기가 골라 입은 옷은 죄다 구림. 팬들은 그걸 늘 안타까워하기 때문에 옷 선물을 할 때는 반드시 위아래 풀세트로 코디를 해서 보낸다. 그리고 엉겨드는 어린애들 굉장히 싫어하는 편인데 요새 들어 치근덕거리는 게 싫지만은 않은 남자애가 있어서 고민ㅋㅋㅋㅋ



오키타는 실제로는 엄청 화사하고 애교 많은 남고생이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상쾌한 틴에이저 이미지를 팔아먹고 살고 있음. 위로 누나가 둘 남동생이 둘. 그래서 어린애들이랑 있으면 의젓하게 굴다가도 어른들 사이에 섞으면 막내처럼 구는 것도 곧잘 함. 밝고 구김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엄청 어릴 때 아역배우로 데뷔해서 못 볼 꼴 많이 본 타입. 눈치가 빠르고 주변상황을 본능적으로 살피는 버릇이 있음. 최근 고민이라면 파트너 히지카타씨가 사회성이 넘나 부족한 인물이라 친해지기 어렵다는 점. 뒤통수를 하도 많이 맞아버릇 했더니 앞에서는 생글생글 잘 웃어주면서도 사람들을 정작 선 안에는 잘 들이지 않음. 상대방은 친하다고 여기는데 정작 본인은 인사만 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음. 그러면서도 누가 자신을 적으로 여기는 건 못견뎌하는 이중성을 비교작 잘 숨기고 다님. 히지카타가 보기에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답답한 인간임.



곤도씨는 언제나 멋지고 엘리트스러운 역할만 맡았던 관록 있는 배운데 이미지 변신을 하겠다고 고른 역할이 하필 고릴라라서 팬들의 원성을 많이 듣고 있었으면 좋겠다ㅋㅋㅋㅋㅋㅋ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금지목록으로 지정된 드라마를 찍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매우 만족 중.

야마자키는 카메오와 조연 및 엑스트라를 꽤 오랫동안 해온 베테랑 배우라서 출연작 목록만 놓고 보면 가장 이력이 화려함.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얼굴만은 모두들에게 익숙한 감초 역할 전문. 스케쥴도 가장 많고 은근히 바쁜 배우라 언제나 피로함. 체력이 약해서 비타민 및 건강보조제를 달고 살고 선물도 거의 대개 건강식품이 주를 이룸. 나이는 히지카타보다 연상. 근데 맨날 맞는 역할... 실제 성격이 순하고 어수룩해서 불만은 없는 듯 하지만 히지카타도 은근히 미안해 함. 아무나 말 걸기 편해하고 여기저기 잘 섞이는 타입.



추가적으로 몇 개 더 집어넣자면 오키타 누나들은 직장인이고 동생들은 모두 초등학생. 막내 하나만 더 낳을 생각이었는데 쌍둥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바쁜 부모님을 도와 손아래 동생들은 오키타가 업어 키웠으면 좋겠다*ㅇㅅㅇ* 복작복작한 형제자매들 사이에 낀 바지런한 오키타 보고 싶다! 막내 같기도 하고 어쩔 땐 오빠답기도 한 거 너무 좋음!*ㅇㅅㅇ* 아 근데 형제가 많은 상황에서 보너스로 애정결핍 설정이 빠지면 (((((내가))))) 서운하니까! 애정결핍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래고래. 자기 먹을 거 잘 못 챙겨먹고 남부터 배려하는 게 워낙 당연한 상황에서 자라 와서 양보가 몸에 배여 있지만 자기도 모르는 박탈감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그런 거 다이스키!´▽` 이런 자기도 모르는 뜨뜻미지근한 애정결핍은 나를 일 순위로 쳐주는 사람을 만나서 치유 받는 게 인지상정 아님까? 치유물 좋다ㅠ_ㅠb 상호 작용적인 치유물 다이스끼. 히지카타와 오키타가 만남으로써 사회성이 극단적으로 부족하던 히지카타는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 잘 스며드는 법을 배우고 오키타는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남들을 쉽게 믿지 않던 바리케이트를 부수는 거. 사실 오프더 레코드 au에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거임.

 


2.

배경설정은 대충 이 정로도 풀고 히지카타와 오키타의 얘기를 본격적으로 들어가자면...



오키타는 연예계에 어느 정도 이골이 난 경력 십 몇 년 차 배우고 히지카타는 이번 드라마가 두세 번째 작품 정도 되는 새내기 배우야. 그런 만큼 오키타는 아는 사람도 많고 아는 감독도 많고 아는 작가도 많고 총체적으로 꽤 익숙한 자기 그라운드에서 일을 하는 상황이고 히지카타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 낯선 상황인거지. 그래서 평화를 수호해야하는 강박이 좀 있는 오키타는 첫 촬영부터 히지카타에게 살갑게 말을 검.



첫째누나가 히지카타랑 동갑이라서 누나한테 하듯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리며 치대는데 히지카타는 완전 딱 잘라 오키타를 쳐냄. 그러면서 기껏 대는 핑계가 자기가 배우랑 친해지면 몰입도가 떨어지는 타입이래.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뭐 특별히 반박할 만큼 일리 없는 이야기도 아니라서 순순히 물러났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이 남자는 극 중 만날 일이 거의 없는 배우들한테도 이 소릴 하는 거야. 오키타는 한 눈에 이놈은 사회성을 엿 바꿔 먹었구나 하는 걸 알아차림. 그리고 그게 오키타의 뭔가를 건드리면서 히지카타에 대한 집착이 시작됨.



근데 또 이런 애들의 지조 있고 일관된 집착을 위해서는 자기가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이유 확립이 선행되는 게 좋음. 그래서 오키타는 1. 평소 가장 자주 붙어 다니면서 막 대해야 하는 역할이다. 2. 막 대할 수 있으려면 친분이 있는 쪽이 자연스럽고 덜 미안하다. 3. 그러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은 친해져야 한다, 는 수순으로 스스로의 강박증에 대한 합리화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po집착wer을 시작함. 일단 히지카타 대기실로 출근을 하고 쉬는 시간마다 히지카타한테 대본연습 하자고 달라붙고 밥 먹을 때마다 히지카타 옆자리를 사수해서 싹싹하게 물 컵도 챙겨주고 간식을 싸오면 히지카타를 제일 먼저 챙겨주고 막 그럼.



히지카타는 옆에서 학교 얘기나 가족들 얘기 친구들 얘기부터 시작해서 연예계 각종 정보들까지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오키타를 내심 귀찮아하면서도 나름 선후배 체계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뭐라고 험한 소리는 못하고 걍 참았어. 근데 얘가 또 듣다보면 대화를 참 잘하긴 잘하거든? 학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자연스럽게 기승전결을 엮어서 떠들고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도 꼭 두사람이 공통적으로 아는 배우들이랑 결부시켜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이끌어내고 또 내부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정보들도 쏙쏙 골라서 찍어주고 막 그러니까 듣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거야. 대화스킬 존나 만렙ㅇㅅㅇ)b 그치만 아직까진 그냥 같이 있으면 심심하진 않네, 정도라서 있으면 있고 없으면 말고 정도밖에는 반응이 나오지 않음. 오키타는 그러면 또 오기가 생겨서 내가 이 사람을 함락시키겠다!! 하고 타오르는 거지.



연기는 오키타의 경우가 경력도 길고 경험도 많아서 그냥 원래 잘함, 이런 거라면 히지카타는 우연히 배역이미지가 본인이랑 잘 맞아서 잘해 보이는 경우임. 근데 감싸카타 토시감싸씨는 하도 참견을 여기저기 많이 하는지라 대사가 너무 많아서 대본 외우기가 고역임. 히지카타는 원래 좀 노력파라서 시간만 나면 남들 잘 안 오는데 숨어서 대본을 외우는데 그럼 또 오키타는 귀신같이 나타나서 도와줄까요? 하면서 옆에 앉아서 상대방 역할을 해줬어. 사실 배역 때문에 친해지는 건 좀~블라블라~ 하면서 사람들을 쳐내면 대부분은 알아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반년쯤 지나면서부터 오키타를 신기하게 여기기 시작해. 자기는 거의 말 한마디 안하고 오키타 혼자서 재잘거리는데 지겹지도 않나 싶고, 받는 것도 없이 호의를 무작정 베푸는 게 영 석연치 않다고 느끼는 거. 각 잡고 따져볼까 싶다가도 분명 조리 있게 설명 못하고 오키타의 수려한 말솜씨에 말릴 걸 알기 때문에 빠르게 포기함. 수상하긴 하지만 그냥 익숙해지기도 했고 달리 해가 되는 것도 없으니 내버려둠.

여기까지가 발단. 



3.

오키타의 일방적인 치근댐이 어느새 익숙해진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런 식으로 고착화되어 감. 주변에서도 슬슬 '아 걔들 되게 친한 사이지?' 하는 말이 나오고 히지카타에게도 오키타가 옆에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자연스러워지는 시기가 오게 됨. 가끔 혼자 촬영하는 날이 생기면 뭔가 묘하게 허전함을 느끼곤 하지만 본인은 그 감정이 허전함이라는 걸 잘 몰라. 이 남자의 사회성 부족은 약간 천상천하 유아독존 느낌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원작에서처럼 마음은 아닌데 표현이 자꾸만 어긋나는 김첨지st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 위해서 본인 관심사가 아닌 것을 알고 싶지 않고 마음에 없는 입 발린 소리는 하기 싫고 선의의 거짓말도 신물이 나는, 말 그대로 인간미가 부족한 인물이야.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히지카타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나 얼굴보고 접근하는 여자들밖에 남질 않고.. 그럼 또 그에 대해서 진저리치며 사람을 배척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가 결론적으로 혼자인 게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돼버리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절대 자기가 오키타에게 곁을 내줬다고 생각하질 않음. 하지만 촬영 대기시간이면 오키타가 했던 얘기를 떠올리며 피식 웃기도 하고 습관적으로 음료수를 두개씩 뽑기도 하고 담배를 물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한 번 씩 둘러보는 등 무의식 속에서는 은근히 오키타를 신경 쓰고 있음. 그렇게 뜨뜻미지근한 날들이 계속되던 가운데 미츠바편을 촬영하는 날이 다가옴.



대본이 나왔을 때부터 오키타가 묘하게 이상하게 굴긴 했는데 막상 촬영을 하면 또 제대로 잘 하니까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어. 하지만 촬영이 두 번 세 번 진행되면서부터 히지카타는 뭔가 위화감을 느끼게 됨. 평소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평범한 오키타의 모습인데도 어딘가 달라 보이는 것 같음. 미묘한 그 위화감의 정체가 궁금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아무도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두기에는 신경이 좀 쓰이는 것도 같고.. 갈팡질팡하며 히지카타는 고민에 빠짐. 그렇게 지지부진하는 사이 촬영은 진행되고 이제 마지막 장면만을 앞두게 됐어. 미츠바편 마지막 씬은 그거야. 오키타는 병원에서 미츠바 보내고 히지카타는 옥상에서 궁상떠는 그거.



긴 장면이 아니라서 옥상 씬은 그냥 스튜디오 건물 옥상에서 촬영을 하기로 하고 병원 씬은 세트장에서 촬영하기로 함. 히지카타는 실컷 다친 분장을 하고 옥상 씬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는데 아래 스튜디오 분위기가 영 어수선해 보였어.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덕지덕지 붙은 반창고를 떼면서 대강 둘러보니 오키타가 좀 늦게 오는 바람에 촬영이 지연되고 있다고 하네? 원래가 시간은 굉장히 칼같이 지키던 애라 무슨 일 생겼나, 생각하면서 여기저기 묻은 가짜 피를 지우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세면대 아래서 웅크리고 있는 오키타를 딱 마주침. 깜짝 놀란 히지카타는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냐 하면서 애를 세면대 밑에서 끄집어내는데 어쩐지 상태가 좀 이상해. 애가 배를 움켜쥐고 바들바들 떠는데 얼굴에서 식은땀이 막 나고 목덜미는 서늘하고. 놀라서 당장 매니저를 부르려고 일어서는데 오키타는 그걸 또 막아섬. 자긴 괜찮다고 단순한 신경성이라고 잠시 쉬면 낫는다고 계속 고집을 부리는 거야.



주변에 알리려고 드니까 옷자락을 딱 붙들고 놔주질 않는데 히지카타 입장에서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어. 띄엄띄엄 하는 말을 들어보니 원래 스트레스성 위염이 심한 편이다, 어차피 병원 가 봤자 진통제 말고는 해주는 것도 없다, 이미 스탠바이 다 된 상태에서 응급실이라도 가면 나중에 재촬영 들어가야 한다, 뭐 이런 소리야. 히지카타는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동안 느꼈던 위화감 같은 게 불현듯 떠오르면서 얘가 뭘 엄청 참고 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됨.



근데 원래가 대화의 요령도 없고 섬세함도 쥐뿔 없는 히지카타는 참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정공법으로 질러 버리는 비극이 일어난다... '혹시 지금 상황이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시위하는 거냐고.' 



오키타는 안 그래도 아프고 초조한 와중에 그런 말을 들으니 열이 뻗침. 정곡을 찔리면 원래도 사람이 뜨끔 하는데 지금은 상태도 안 좋잖아? 빡치고 짜증나고 아픈데 쟤는 내 약한 구석을 찌르고. 그래서 틀린 말도 아닌데 꼭지가 풀려 히지카타를 들이받음. 안 그러던 애가 꼭지가 도니까 막말도 완전 쩔고 여기저기 안 물어뜯는 곳이 없어. 쭈그려 앉아서 식은땀 뚝뚝 흘리는 환자 주제에 입에 칼 물고 히지카타를 아주 씹고 뜯고 난리가 남. 히지카타는 이 새끼는 입으로도 사람을 하나 가뿐히 죽일 놈이구나 실감했음.



사실 오키타는 미츠바편이 대본을 받을 때부터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 은혼 내의 '오키타'라는 캐릭터가 가진 피해의식과 뺏긴다는 감정이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던 박탈감이랑 너무 닮아 있어서 자꾸만 캐릭터랑 동조 되어버리는 거야. 근데 캐릭터는 작중에서 지 맘대로 다 때려 부수기라도 하는데, 현실은 지 사정이 어찌되었든 남들 앞에서 생글생글 웃어야 하니까 점점 속에서만 곪아가고 있었던 거지. 얘는 어릴 때부터 연예계에 발붙이고 살아왔기 때문에 여기가 굉장히 부조리하고 말 많은 곳이라는 걸 남들보다 더 강하게 인지하고 있었어.



근데 인지는 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서 오키타는 남들에게 욕먹는 걸 유난히 못 견디는데다가 안 좋은 소문에 진저리를 치는 타입인 게 문제였지. 주변과 밸런스를 맞추고 싶어 하는 평화주의자 + 결벽증까지 있는 완벽주의자 같은 성격이라서 본인도 그런 성격이 연예계랑 안 맞는다고 생각은 하는데도 이미 이곳에 자리를 잡아버려서 떠나지도 못해.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니까 그냥 본인만 죽어라 괴롭히면서 살고 있는 거야.



평소에는 잘 해나가다가도 이렇게 변수가 나타나면 조금씩조금씩 무리하면서 스트레스를 축적해 가는 거고 히지카타는 남들보다 예민하게 그걸 알아차린 거. 거기까지면 상관없는데 정곡을 찌르는 무신경한 말까지 더해지니 못 참고 뒤집히는 바람에.. 결론적으론 양쪽 모두 바닥까지 탈탈 털리게 됐어. 히지카타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게 오키타의 밑바닥이었지. 아무튼 숨겨놓은 성깔을 장렬하게 토해내고 오키타는 결국 전사. 응급실에 실려감.



그 뒤로 어찌어찌 스케쥴이 어긋난 히지카타는 오키타와 한참이나 만나지 못하게 됨. 그리고 또 본인 나름대로 여기저기 촬영 다니느라 바빴던 히지카타는 재촬영한 미츠바편을 결국 방영이 되는 시점에서야 모니터링하게 됨.



하루 일과를 마치고 녹초가 돼서 집에 들어온 히지카타는 대충 소파에다 겉옷만 던져놓고 옷 갈아입으면서 티비를 틀었어. 그리고 부엌에서 물 한잔을 떠와서 마시면서 미츠바편 결말을 보는데 어두침침한 거실에서 티비만 반짝반짝 하고 있고.. 바깥에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에 섞여서 오키타의 목소리가 들려. 멍한 표정으로 화면을 가만 보고 있는데 오키타가 미츠바를 보내면서 고개를 떨구고 처음으로 우는 얼굴을 보이는 그 순간 히지카타는 멈칫하고 물 잔을 테이블에 내려놨어. 그리고 끝날 때까지 잠시 숨을 참았다가 화면이 꺼지고 난 뒤에야 느리게 내뱉었지. 머릿속으로는 사근사근하던 오키타의 평소 모습과 뭔가 위화감 섞인 멈칫거리는 웃음. 화내면서 성질부리던 화장실에서의 얼굴까지 스쳐지나가면서 히지카타는 오키타에 대한 뭔가 미묘한 감정을 인지하게 됨. 어 이 기분은 뭐지...? 하면서 드디어 자기한테 있어서 얘가 좀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알게 되는 거야.

 


4.

쓰다 보니 길이가 자꾸 길어지는 것 같아 이거 괜찮은가 싶긴 하지만...( ._.) 여튼 이제부터 위기의 시작´▽`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자연스럽게 오키타는 히지카타를 피하기 시작해. 오키타 입장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른 셈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병원에서 진통제를 맞고 한참 누워 있다가 어떻게 컨디션이 괜찮아지자마자 정신없이 재촬영에 들어가고 그 외의 자잘한 스케쥴까지 소화하고 나니 시일은 이미 엄청나게 지나있고... 뒤늦게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는 드라마 파트너에게 폭언을 브레이크 없이 쏟아낸 뒤였는데 수습하기엔 너무 늦었을 뿐이고... 별 수 없이 오키타는 히지카타를 최대한 티 나지 않게 피해 다니기로 결론을 내렸음. 히지카타가 입을 열기만 하면 안 좋은 뒷말들이 생길게 뻔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저지른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을 할 수밖에 없었지.



고착화된 관계라고 해도 거의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거니 오키타가 발을 빼자마자 두 사람의 사이는 처음부터 아무사이 아닌 것처럼 허물어지기 시작함. 물론 히지카타의 입장에서는 이 사태가 몹시 당황스러운 거. 갑자기 늘 쫓아다니던 녀석이 없어졌는데 심지어 저는 그 녀석한테 뭔가 심상치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단 걸 자각한 직후이니. 처음에는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그게 계속되자 이젠 불안하기까지 했어. 어떡하나 어떡하나 좌불안석이던 히지카타는 결국 오키타를 찾아다니지만 얜 그렇게 쉬운 녀석이 아님. 카메라가 돌고 있을 때는 정상적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카메라가 꺼지면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쉬는 시간에도 밥 먹는 시간에도 절대 쉽사리 곁을 안 내줌. 말을 걸라치면 당장에 도망가 버리는데 오키타는 처세술이 좋은 편이고 여기 히지카타는 유난히 더 요령이 없는 편이니, 술래잡기는 항상 히지카타의 판정패. 부장님은 점점 열이 받기 시작함.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가던 어느 날, 미묘한 냉전을 깨는 사건이 일어남. 촬영장으로 협박장이 하나 날아온 거야. 수신인은 오키타. 아마도 극성팬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온 편지는 빨간 글씨로 너는 영원히 나만의 것이라는 둥 아무한테나 값싼 웃음을 뿌리지 말라는 둥 스토커나 다름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어. 그리고 편지와 함께 면도칼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중요한 건 그걸 촬영장에서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열어봤다는 거지. 순식간에 스토커사건은 물 밖으로 끌어올려지게 됨. 알고 보니 오키타는 그런 편지를 이미 수 십 통째 집으로 받고 있었는데 줄곧 숨겨오고 있었던 거. 본인 선에서 해결하고 싶었지만 이미 촬영장에까지 날아오기 시작한 협박장을 숨길 수 없었던 오키타는 결국 소속된 매니지먼트의 도움을 받아 잠시 동안 스토커의 시선을 피해서 직원용 숙직실로 사용되던 원룸에서 생활하기로 했어.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히지카타는 보호차원에서 함께 원룸에서 출퇴근 해주겠다며 사람들 앞에서 제안함. 오키타가 절대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어. 두 사람은 겉보기론 엄청 친한 사이로 되어 있었잖아? 강경하게 싫다고 말하기가 이상했지.



별 수 없이 수락한 오키타는 앞에서는 생글거렸지만 속으로는 대체 이 남자가 왜 이러나 가늠이 안 됨.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안고 오키타는 일단은 계속 히지카타를 무시하기로 했어. 히지카타는 얘랑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음 -> 근데 말재간이 없이 기껏 한다는 얘기들은 오키타 속을 박박 긁어 뒤집어놓음 -> 오키타는 또 나름대로 이 남자가 자길 괴롭히는 건가 싶어서 냉랭하게 대처함 -> 히지카타는 본인의 실수를 느끼고 만회하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안하느니만 못하는 소리만 자꾸 하게되고.. -> 오키타의 불신은 계속 깊어져갔음.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어느 날 히지카타가 새벽 스케쥴을 마치고 늦은 시간 원룸으로 들어와 보니 불은 다 꺼져있고 소파 뒤에서 달그락 소리가 나고 있었어. 재킷을 대충 벗어들고 소리 나는 쪽으로 가보니 오키타가 드디어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맥주를 잔뜩 쌓아놓고 술을 까고 있었지. 보니까 벌써 반은 비운 것 같아. 얘 치사량이 어느 정도 일까 생각하면서 그 앞에 쪼그려 앉았더니 오키타가 벌건 얼굴로 삿대질을 하며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내게 됨.



그간 자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그를 피하고 있는지. 그런데 왜 너는 이렇게나 눈치가 없는 건지. 같이 있으면 숨이 막힌다. 나는 정말로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하다. 스토커보다 니가 더 나한테 해롭다. 차라리 시원하게 까발리기라도 해버려라. 여기서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모난 모습을 처음으로 직면했어. 술 취해서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얘의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기질을 조금은 알 것 같아. 이미 저질러버린 건 돌이킬 수 없으니, 망가진 채로 버려 버리겠다는 심보였어. 약간의 어긋남도 용서하지 못할 만큼 애가 융통성이 없어. 사교성 스탯이 높은 것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높은 정도가 아니라 여기에만 몰빵을 받은 놈이었어. 스스로에 대한 너그러움과 유연한 사고방식이 전혀 없음. 그리고 어쩐지 그 모자란 점이 예전의 위화감과 겹쳐지고 언젠가 들었던 가족 얘기들과 스쳐지나가듯 토해냈던 연예계에서 힘들었던 일들까지 합쳐지고 나니 측은해지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거야. 그리고 그 순간 얘가 너무 좋아졌어. 정말로 좋아하게 되어버렸어. 아마 보통 사람이었으면 훨씬 안 좋은 방향으로 틀어졌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감추고 주변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났다는 게 되게 사랑스러워 보이는 거지.



잘나고 예쁜 모습이 기반을 깔아놨다면, 완벽한 모습의 틈새로 살짝 보이는 부족하고 모난 모습이 그를 사랑으로 이끌었어.



5.

여튼............. 히지->오키 루트를 만드는 데만 시간이 이렇게 걸렸네요. 더 이상은 기력이 달려서....어휴... 생각해 놓은 바로는, 나중에 히지카타도 스토커에 의해 협박을 받게 되고 그 일을 해결하는 와중에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게 힘들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고, 그리하여 히지카타는 줄곧 걸림돌이 되어왔던 성격적 결함을 해결하게 됨. 얼결에 도움을 받은 부장님은 얠 놓치면 두고두고 아쉽겠다 싶어서 오키타를 본격적으로 꼬시기 시작하고... 옆에서 자꾸만 니가 하는 건 다 괜찮다 니가 하는 건 뭐든 옳다 하면서 무조건 적으로 자길 긍정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니 오키타도 혼란스러워하다가 충돌도 생겼다가 결국은 조금 더 나은 인간상으로 성장해간다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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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에선 쓸 마음이 없다고 해놨긴 하지만 후에 삼만자가량 이 썰로 글로 써보기도 했었습니다ㅋㅋㅋㅋㅋ 미완이라 공개는 못하겠지만 당시엔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나봐요ㅋㅋㅋ 완결지을 마음이 만만이었는데 슬럼프를 너무 거하게 맞는 바람에...(아련ㅋㅋㅋㅋㅋ 뭐 오랜만에 보니까 재밌네요ㅋㅋㅋㅋㅋㅋ 사실 히지오키라기엔 이미 설정부터가 너무나 애매해져버리는 AU지요... 선뜻 완성 못한 것도 이해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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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잡담을 할만한 공간이 없어서 그냥 여기다 덧붙입니다. 대부분 트위터를 타고 오시는 줄 알고 다른 언급 없이 글만 쭉 올렸는데 통계를 보니 검색을 타고 오시는 분들이 더 많더라구요^_^;

현재 이곳은 8월 디페에 지인과 함께 히지오키기 책을 내게 되어서 만든 티스토리입니다. 어느정도 제 연성 스타일을 알릴겸 홍보용으로 예전에 했던 연성들을 재업하고 있어요. 디페스타 인포는 아마 7월 말쯤에 올릴 예정입니다>_< 처음 뵙는 분도 다시 뵙는 분도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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