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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경, Boz님과 한줄 릴레이로 썼던 글입니다. 손가는대로 상의 없이 적어서 그런지, 이젠 내가 쓴 부분이 어디인지조차 가물가물 하네요ㅋㅋㅋ 아마 조금 더 세련된 문장 쪽이 보즈님이 쓰신 부분일 거예요.
사건이라는 녀석은 언제나 예고 없이,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들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해결사 사무실로 난입한 불청객과 함께 등장했다. 긴토키는 부쩍 따뜻해진 봄 날씨에, 더는 미루지 못하고 겨우내 묵은 두터운 이불을 정리하고 있던 참이었다. 일손이 되지 못하는 카구라는 놀러나간 지 오래였고 일손이 될 법한 신파치는 도장 일로 자리를 비워 이불정리는 오로지 그 혼자의 몫이었다.
집안에서 포근포근함을 담당하던 유일한 친구를 햇볕에 내어두고 먼지를 탈탈 털어내는 그 찰나, 긴토키에게 필요한 건 심심함을 달래줄 말 벗 정도였지 결단코 에도에서 손꼽히는 트러블메이커는 아니었다. 켜켜이 쌓은 겨울 이불을 들고 비틀거리던 긴토키는 결국 이불이 와르르 무너지고 나서야 팔짱을 낀 오키타가 문간에 기대어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녀석은 어딘가 심사가 뒤틀린 얼굴로 긴토키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오키타 군? 어디서 장난감을 빼앗겨서는 남의 집에서 죽상을 하고 섰어?”
“내 장난감이 거기서 겨울 이불이랑 놀고 있어서 그럽니다. 잊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무시당할 줄은 미처 몰랐네요.”
“아하? 그게 무슨 기념일 까먹은 남자친구에게 따지는 여자애 같은 소리야? 응? 우리 사이에 잊어서는 안 될 무슨 대—단한 약속이라도 있었던가?"
평소와 같은 이죽거림 이었지만, 오늘의 녀석에겐 그걸 받아넘길 인내심의 잔고가 부족한 모양이었다. 어금니끼리 맞부딪혀 갈리는 소리가 살벌하게 들려왔다. 얼굴 가득 드리운 흉흉한 기색이 심상치 않았다. 볕 좋은 휴일에 할 일 없이 이불이나 너는 인생일지라도 명줄은 소중했기 때문에 긴토키는 가드를 올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당장이라도 손이나 발이 정면으로 날아올 것 같았다.
“오키타 군, 우리 일단 말로 해볼까? 라마즈 호흡 후후-하하-. 폭력은 나빠요.”
긴토키가 비굴하게 굴든 말든 오키타는 여전히 성난 얼굴로 성큼, 간격을 좁혔다. 멀리서 봤을 땐 발화점만 찾고 있는 시한폭탄인 줄 알았더니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복잡한 얼굴이었다. 요상하게 억울한 낯을 하는 걸 보니 아마 기억할 거리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털어도 먼지 한 조각 떨어지지 않는 뇌는 자신의 청순함을 자랑할 따름이었다. 할 말이 없어진 긴토키는 애꿎은 아이의 볼만 잡아당겼다.
“뭔데 정말. 어제 당고 뺏어먹은 거야? 아니면 그제 술값 안내고 도망 간 거? 그것도 아니면 그끄제 밤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던가? 근데, 그땐 니가 너무 울어서,”
“아으러거드여?”
어이구, 표정 좀 보게. 새초롬한 눈꼬리가 표독스럽게 자신을 올려다 보는 순간 긴토키는 바로 손을 놓았다. 제 안 깊숙이 숨은 사디스트를 일깨우는 건 울망울망한 토끼 같은 눈동자가 아니라 두개골을 박살낼 맹수같은 시선이라는 걸, 깨달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선득선득 고개를 드는 가학심을 숨기며 긴토키는 시선을 굴렸다.
말랑한 볼이 멀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오키타가 저의 손을 쳐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키타는 ‘그 날, 형씨가 해달 란대로 내가 다 해주면…’ 하고 말문을 열었다. 제 입으로 꺼내는 게 어지간히 빈정상하는 눈치였다.
‘그날’이라함은 아마 이틀 전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 정해진 수순처럼 함께 러브호텔에서 뒹굴었던 날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긴토키는 취기에 일부분이 소실된 기억필름 언저리에서 드문드문 선명하게 떠오르는 몇몇 이미지에 ‘그날 굉장했지 암….’ 하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들어주기로 했잖아요.”
“어엉?”
“형씨 지금 나한테 사기 친 겁니까?”
“내가 그런 위험한 짓을 했어?”
“...날짜도 잡아놓고 정말 무책임하네요.”
“무... 무슨 날짜....”
긴씨의 장기를 적축할 날짜 말입니까? 새우잡이 배라도 팔아넘기기로 했니?
가슴 위로 엑스자를 그리며 신체의 소중함을 피력하는 긴토키를 보며 한숨조차 내쉬지 않는 오키타는 다만 단호하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기억을 하건 말건 상관없어요. 필요한 건 그쪽 몸뚱아리 뿐이니까.”
“차,차라리 긴씨의 마음과 순결을 원한다고 해!”
“닥쳐.”
조금이라도 토를 달았다간 마취 없이 장기를 적출해주겠다는 의지를 내뿜는 오키타를 따라 긴토키가 도착한 곳은 진선조 둔영 내부 곤도의 개인실이었다.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기색이 역력한 긴토키 앞에 앉은 두 사람 역시 저들을 왜 여기 모아놓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채 오키타를 바라보았다. 곤도와 히지카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오키타가 오랜 지체 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이 자리에 모두를 모이게 한 속뜻을 밝혔다.
“곤도씨. 저 이 사람이랑 연애합니다.”
곤도와 히지카타는 물론이고 나른하게 고개를 돌리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던 긴토키까지도 놀라 턱을 떨어뜨리고서 아이를 보았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멀쩡한 인물은 건물 하나쯤은 가뿐히 날려버릴 폭탄을 예고도 없이 던져 넣은 오키타뿐이었다. 폭탄이 터진 잔해 속에서 가장 먼저 부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네가 지금 뭐라고….’ 하고서 감히 뒷말을 잇지 못하는 히지카타였다. 그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가 얼마나 얼빠져 보이던지. 긴토키는 아주 잠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잊어버리고선 실소를 터뜨릴 뻔했다. 하지만 히지카타가 귀신같이 날 선 얼굴로 그를 노려보는 것과 상황의 아득함을 피부로 느끼는 건 거의 동시였다. 이거 혀 한번 잘못 놀렸다간 정말로 죽겠구나, 싶은 흉흉한 표정이 눈앞에서 번뜩거렸다.
“해결사 네 놈이 소고랑 무얼 한다고?”
“그으... 댁 아이의 말로는 이걸 연애라고 부른다는데, 해본 적이 난생 처음이라 이게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달까... 사실 정말 모르겠는 건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랄까...”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애매하게 웃어 보였지만 어느새 한 층 더 깊어진 흉흉함이 방안을 감돌고 있었다. 저게 달려들기 전에 당장 몸을 돌려 여길 달려나가는 게 현명할 것 같긴 한데....
긴토키는 몸을 반쯤 일으킨 채로 슬쩍 문쪽으로 시선을 줬다. 머리로는 이미 신센구미 둔영 바깥까지 도망질을 치라고 명령을 내려놨는데, 발이 좀체 움직이질 않았다. 제가 나가면 홀로 남겨질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 본 탓이었다. 긴토키는 아주 잠시 머뭇거렸고, 그 틈을 놓칠 만큼 히지카타는 무르지 않았다.
“죽인다 꼬불머리!”
“이봐, 이봐, 이봐! 긴 씨는 폭력은 절대반대야, 폭력은!”
당장이라도 휘어잡힐 뻔한 머리채를 가까스로 보호하며 소리쳐봤자 히지카타는 코웃음만 칠 따름이었다.
이후로는 ‘소고는 말보다 손이 몇 십 배는 더 빠른 꼬맹이일 텐데‘ 라는 히지카타의 가감 없는 비웃음과 ‘같은 종류의 손은 아니다만 손이 빠르기로 치면 긴 씨를 따라올 자가 없거든요?’ 하는 습관성 츳코미가 어우러진 평범한 난장판이었다. 히지카타의 발이 긴토키를 향해 날아왔다. 악! 짧은 비명과 함께 호되게 걷어차인 긴토키는 그대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납작 들러붙어 스스로를 보호했다.
“밖에서 겨우 이런 자식이나 만나고 다니는 거야? 소고. 대답해. 지금 ‘이게’ 좋다는 거야, 너 지금?”
“아마도 그럴걸요? 히지카타 씨는 그럼 싫은 사람이랑도 만나고 그런답니까? 악취미네요”
이게 지금…. 히지카타는 오키타에게는 손을 못 올리는 대신 화풀이라도 하듯 아래에 깔린 긴토키를 더욱더 세차게 짓밟았다. ‘잠시만! 지금 이 타이밍에 오쿠지군이 밟을 건, 내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뭐? 그럼 너는 저 녀석을 밟으란 소리냐 지금? 이 폐기물쓰레기 같은 놈이!’ ‘아니 물론 그런다면 내가 당장 말릴 거지만!’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것을 뒤로한 채 오키타는 어째서인지 줄곧 잠자코 있던 곤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정말은 뭐였던 거야 소고?”
“...글쎄요?”
“그런 표정으로 모르는 척 해봤자...”
“별거 아니에요. 그냥 약속을 하나 했거든요.”
“약속?”
“손모가지를 거는거죠.”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나한테는 취향이 너무 많이 닮은 지독한 악연덩어리가 하나 있거든요. 오키타는 살벌하게 뇌까리며 웃었다.
사탕 먹을래요?
카운터에서 집어 들었음직한 사탕이 녀석의 손바닥 위에 올라와 있었다. 됐어. 히지카타는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잠시 낯을 찡그린 오키타는 줄때 얌전히 먹으라며 담배가 물린 입 안으로 사탕을 욱여넣었다. 히지카타는 입에 물린 담배를 아이의 입으로 똑같이 욱여넣는 복수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제복에 담배 빵이 남아 있게 될,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를 위해 얌전히 물었던 담배를 바닥으로 뱉을 뿐이었다.
입 안에 든 레몬향이 나는 사탕은 담배의 씁쓸함과 섞이지 못한 채로 혀 위를 굴렀다. 굳이 따지자면 싸구려 설탕 덩어리 보다는 니코틴을 비롯한 천여가지 화학성분 쪽이 입가심에 더 좋았을 것이다. 히지카타는 일의 원흉을 노려보았다. 처음부터 저의 몫까지 챙길 요량은 아니었는지 녀석은 빈손을 쥐었다 펴며 입맛을 다셨다.
그때 뒤에서 나타난 누군가 여, 하고서 그들을 불러 세웠다. 그 익숙한 것도 같은 목소리가 어찌나 불길하던지, 히지카타는 반사적으로 돌아서려는 오키타의 팔을 붙들었다. 그러나 낯익은 목소리의 주인은 한 발 빠르게 녀석의 반대편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들어놓고 무시하기야?”
“형씨!”
오키타의 유독 반가운 인사가 듣기 싫었다. 저나 다른 사람들에게 대하는 그 메마른 무미건조함이 일순이나마 휘발되는 장면을 맞닥뜨리며 히지카타는 입안에 든 사탕을 깨물었다. 그 순간 긴토키가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사탕 먹을래?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이 가느스름해진 오키타는 힐끗 히지카타를 응시했다. 영문을 모르는 그가 이유를 묻기도 전에 아이의 시선이 도로 돌아갔다. 줘요, 사탕. 반들반들한 포장지를 금세 벗겨내며 오키타는 미처 뭐라 할 틈도 없이 히지카타의 입안으로 사탕을 밀어 넣었다. 이로서 두 개 째였다.
“소고… 아까부터 나랑 뭐하자는 거야?”
아이가 대답하기에 앞서 긴토키가 먼저 알아듣고 ‘그런 용도라면 얼마든지.'하며 또 한 개의 사탕을 오키타에게 건네었다.
“당뇨 걸려 죽으라는 뜻입니다. 히지카타씨.”
사탕을 톡 까서 입에 넣으려고 달려드는 걸 손목부터 붙잡았다. 그리고 의미 없는 잔소리를 뱉으려는 찰나, 눈앞에 있던 사탕이 아이의 손가락을 포함해서 누군가의 입안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쓸데없이 몸싸움이라도 하다가 흘리면 아깝잖아. 이제 됐으니까 스파링을 붙건 맘대로 해보지?"
입으로는 무덤덤한 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날름 튀어나온 혀는 오키타의 손가락 끝을 핥았다. 히지카타는 머릿속에서 피가 거꾸로 도는 것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쥐고 있던 녀석의 손목을 빼앗듯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런 움직임 탓에 오키타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비틀거리며 히지카타의 팔뚝을 움켜쥐었다.
“...히지카타씨, 지금 날 바닥에 패대기치려던 게 아니라는 증거를 3초 이내에 대지 않는다면 사내폭력으로 철창에 처넣겠어요.”
삼초간의 카운트다운이 미처 다 지나기도 전 아이의 뒷덜미를 잡아챈 긴토키가 우악스럽게 그 입에 사탕을 밀어 넣었다. 손안의 것을 빼앗긴 히지카타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 입술에 닿은 손가락을 뽑아버릴 듯 노려보았다. 그런 눈빛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유를 모르지 않는 긴토키가 보란 듯이 제 손가락을 핥았다.
“소이치로군. 저쪽은 해본 적 없어서 모르나 봐. 사탕을 핑계로 입술이나마 만져보고 싶은 남자의 순정을.”
이게 무슨 개소리야.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들을 가치가 없는 이야기는 그만 무시한 채 지나치고 싶었으나 어느새 오키타는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박정한 놈 같으니. 녀석은 넉살좋게 맞장구를 치며 저를 뭣도 모르는 촌스러운 인간으로 매도하는 중이었다. 그러자 긴토키는 ‘소이치로 군은 저런 박정한 놈이 되면 안 되요. 긴 씨처럼 넓은 가슴으로 모든 걸 포용하란 말이지.'하면서 아이의 손에 사탕 하나를 쥐어주는 것이었다.
사탕을 빤히 내려다보던 붉은 눈동자가 일순 짙어지는 가 싶더니 눈꺼풀이 그 위를 한번 훑고 지나가자마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녀석은 웃었다. 포장지를 벗은 사탕이 순식간에 녀석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오늘 치 당분은 여기서 다 먹네요, 하고 픽 웃는 아이를 보자면 히지카타는 또 다시 제가 먹으려던 사탕을 밀어 넣어주던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한편 긴토키는 낭패한 얼굴이었다.
“저기 소이치로 군? 그건 긴 씨 거였는데. 홀랑 까서 그걸 제 입에다 넣냐. 이 센스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녀석아."
“전 어디 사는 무슨 변태씨처럼 사탕 먹이면서 입술 매만지는 그런 취미 없는데요?”
얘가 뭘 모르는구만. 쯧쯧 혀를 차는 긴토키가 턱을 들어 올리자 아이는 낼름 혀를 내밀어 사탕을 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약 올리듯 나타난 사탕을 집어삼키며 긴토키는 고개를 조금 비틀어 혀를 통째로 그의 입안에 머금었다. 눈에 뻔히 보이도록 도발해놓고 아이는 그것을 예상치는 못했는지 머리를 뒤로 물리고 상대를 밀어내려는 손짓을 보였다. 하지만 그 간지럽지도 않은 몸짓은 오히려 상대를 동하게 만들 뿐이라, 긴토키는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각도를 틀어 어르듯이 아이의 뒷덜미를 붙들었다.
맞부딪히는 두 외피 사이에 틈이 생긴 잠깐, 오키타가 부족한 숨을 급히 들이키려 할 때에야 히지카타는 제 눈앞에서 무엇이 펼쳐지고 있는지 간신히 깨달았다. 그리고 한숨같은 녀석의 날숨이 다시금 긴토키에게 집어삼켜지는 걸 보고나서야 제가 덩달아 숨을 참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아이가 물려준 사탕은 이미 다 녹아서 입안이 얼얼했다. 반면 아직 다 녹지 않은 사탕이 히지카타가 긴토키에게서 오키타를 떼어놓으려 힘을 가하는 동안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두 사람의 입 안을 오가며 절반쯤 녹다만 알갱이를 바라보던 히지카타는 그제야 폭발하듯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야?"
“나? 입술을 건드리는 건 되고 삼키는 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싶어서. 긴 씨가 좀 즉흥적이라."
“당연히 안 되지. 삼키는 것만이 아니라 건드리는 것도 안 돼. 떨어져. 손 끝 하나 대지 마, 이 망할 새끼.”
그 말에 긴토키보다 더 얼이 빠진 건 히지카타가 잡아당기는 대로 그의 등 뒤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오키타 쪽이었다. 못 들을 말을 들은 것처럼 멍청하게 굳어 있던 녀석이 움직인 건, 여전히 움켜쥔 팔을 놓아줄 생각 없는 히지카타가 걸음을 옮기고 나서였다. 히지카타 씨? 황당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한편 아이는 제 일부를 거기다 두고 온 것처럼 긴토키가 있는 쪽을 향해 뒤돌아보려 했다.
“보지 마. 앞만 보고 걸어."
뻗어져 나온 손이 아이의 머리를 꾹 눌러 고정시켰다. 히지카타는 마치 위협하듯이 이를 악물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 새끼랑 말 섞지마."
“......뭡니까 지금. 소유권 주장해요? 아빠노릇?"
“야."
“너도 하고 싶습니까?"